"보기 싫다"면서 클릭 "선정적"이라면서 흡수
온라인 뉴스 소비의 딜레마
- 실습기자 황지현
올봄, 인터넷을 열기만 하면 故김새론과 김수현 관련 기사가 빠짐없이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인터넷 신문은 약 1만 2,500여 개. 이 중 국내 주요 언론사 104곳을 대상으로 뉴스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빅카인즈’에 따르면, 故김새론-김수현 사건 관련 보도는 처음 사건이 제기된 3월 24일 이래로 약 2주 간 하루 평균 90건 이상 쏟아졌고, 관심이 조금 잠잠해진 5월에 이르러서도 하루에 10개 이상 씩은 꼭 나왔다.
사건은 故김새론의 유족 측이 김수현과의 미성년 시기 교제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잇단 사생활 공개와 기자회견을 거쳐 법적 공방으로 확대되었다. 김수현이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프라다, 홈플러스, 뚜레쥬르 등 기업들은 그와의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가 주연을 맡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넉오프> 공개는 무기한 연기됐다. 그가 물어야 할 위약금 규모만 약 2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 사건은 올 상반기, 비정치적 사안 중 가장 많이 다뤄진 사건 중 하나였다. 뉴스 포털은 물론, 유튜브와 SNS까지 가득 채우며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현재 온라인은 명백한 뉴스 소비의 중심지다. 2024년 기준, 인터넷의 매체 이용률은 93.6%로, 텔레비전(91.0%)을 앞질렀다. 뉴스 이용률은 인터넷(72.2%)과 텔레비전(72.2%)이 같은 수치를 기록하며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을 장악했던 이 사건은 뉴스를 소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접했을 법하다.
언론학에서는 고전으로 통하는 ‘의제 설정 이론(agenda-setting theory)’이 있다. 이론의 골자는, 언론이 특정 뉴스를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중이 그 사안을 중요하게 인식하는 정도가 달라지고, 언론이 제시하는 정보와 관점을 바탕으로 인식을 생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론이 선정한 주요 뉴스는 그렇게 사람들의 대화 주제로 옮겨온다.
과거에는 신문 지면 내 기사 크기가 뉴스의 비중을 나타냈다면, 오늘날에는 온라인 기사 수와 노출 빈도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온라인에 가득했던 故김새론-김수현 사건은 대중들에게도 ‘중대한 의제’였을 것이다. 실제로 언론 소비자들은 이 뉴스에 어떤 영향을 받았을지 궁금해졌다.

지겹다면서도 뉴스 키워드 그대로 수용
이에 직접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개인적으로 인터뷰 혹은 설문조사 방식으로 취재해보았다. 약 열흘간 취재에 응답해준 사람은 모두 55명.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일상적으로 소비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현하거나 정보를 생산하지는 않는 이용자들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은 故김새론-김수현 사건의 뉴스를 일상적으로 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이 뉴스를 일상 대화 주제로 삼거나 뉴스 만족도가 높은 건 아니었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故김새론-김수현 사건에 대해 주변인과 대화를 나눴다고 말한 사람은 10명 중 4명이 채 안 되었다. 응답자들은 ‘자신과 무관한 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제’, ‘민감해서 꺼내기 어렵다’ 등을 이유로 언급을 피한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90%는 보도에 불만이 많았다. ‘보도가 점점 사생활 폭로 위주의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대학생 김모 씨(23)는 ‘모를 권리’를 언급하며 원치 않게 알게 되는 공인의 사생활에 피로감을 토로했다. 직장인 이모 씨(55)는 “요즘엔 뉴스를 너무 빨리, 너무 많이 접하게 되면서 반복되는 사생활 논란이 뻔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응답자 3명 중 2명은 김수현이 출연한 콘텐츠나 광고 기업에 대한 소비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학생 박모 씨(22)는 쏟아지는 뉴스에 피로감을 표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범죄에 가까워 보도될 만하다”고 대답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이 사안을 ‘미성년자 교제 의혹’이라는 언론의 키워드로 인식하며 김수현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결국 대중이 온라인 뉴스에서 제시하는 키워드를 수용하는 경향은 기존 의제설정이론이 제시하는 바와 유사했다.
말초적인 뉴스에 반응하는 대중, 대중 클릭에 반응하는 언론
실제로 유명인 사건·사고를 다루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언론진흥재단이 2024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사이버 렉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87.7%는 언론이 유명인의 사건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룬다’고 응답했다. 또 같은 비율(87.7%)의 사람들이 ‘뉴스의 가치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보도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에 동의했다.
최근 유튜브 등지에서는 ‘사이버 렉카’로 불리는 유튜버들이 스스로를 언론이라 칭하며 각종 사건·사고를 다루고 있다. 이들에 대한 일반 대중의 평가 역시 부정적이다. 언론진흥재단의 「사이버 렉카 콘텐츠 이용 경험 및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사이버 렉카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는 “윤리적 고려 없이 자극과 재미를 추구하는 콘텐츠 이용자들의 영향이 크다”는 데 응답자의 90.1%가 공감했다. “언론의 책임 방기가 악영향을 끼쳤다”는 응답은 90.7%에 달했다.
이용자들이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응할수록, 언론은 조회수를 위해 이에 맞춰 움직이고, 그 결과 자극적 뉴스가 포털 상위권을 장악한다. 결국 대중은 다시 낮은 품질의 뉴스에 둘러싸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러한 현상은 이른바 ‘역(逆)의제 설정(reverse agenda-setting)’ 현상으로 설명된다. ‘역의제 설정’은 의제를 설정하는 데에 일반 대중의 영향력이 커진 현상을 이른다. 과거에는 언론만이 일방향적으로 사회에 문제를 제기했다면, 이제는 일반 대중들도 sns등을 통해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나아가 언론 측에서 대중들의 의제를 역으로 흡수해 재뉴스화하기도 한다. 이러한 ‘역의제설정’은 현재 대중의 반응이 언론 보도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대중이 자극적이고 감정적인 뉴스를 더 많이 클릭할수록, 온라인에서는 그와 유사한 뉴스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이같은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한편으론 언론에 대한 대중의 냉소와 뉴스 회피 현상도 심화되었다. 언론진흥재단의 「뉴스 이용행태 변화와 뉴스 회피」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로 성인 10명 중 7명은 뉴스를 회피해본 경험이 있었다. 사람들은 뉴스에 대해 ‘내용이 지나치게 반복된다’(51.5%), ‘부정적이고 불편한 정보가 많다’(49.9%)고 평가하며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뉴스 회피의 원인으로는 ‘정치적 이슈가 지나치게 많을 때’(64.7%)와 ‘반복적으로 너무 많은 뉴스가 쏟아질 때’(52.9%) 등이 꼽혔다. 정치에 대한 불신과 피로감에 더해 대중들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무분별하게 반복되는 현실에 불만을 표한 셈이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저서 『뉴스의 생산』를 통해 오늘날 언론 위기의 책임을 단순히 언론사에게만 돌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배진아 공주대 교수와 함께 약 5개월간 조선일보 편집국을 참여 관찰한 결과, 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저널리즘’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기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수준 높은 기사를 작성하더라도 독자의 이목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 결과 더 나은 기사 작성을 위한 의욕이 떨어지는 현실을 문제로 꼽았다. 언론이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에 비해 사회적 관심이나 경제적 보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언론’을 구별할 힘, 저널리즘 리터러시
온라인 언론의 위기 속에서, 현재 뉴스 소비자들은 과연 무엇을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마저 궁금해진다. 언론진흥재단의 「2024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과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언론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각각 전년 대비 0.3%, 2.0% 줄어든 반면, SNS(3.0%p↑)와 메신저 서비스(8.0%p↑)를 언론으로 간주하는 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SNS와 메신저를 통한 정보 소비를 ‘뉴스 이용’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기성세대에게 뉴스는 전통 언론사를 통해 제작된 콘텐츠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반면, 20대 이하 청년층은 ‘누가 만들었든 내가 접한 정보가 곧 뉴스’라는 시각이 늘고 있는 셈이다. 뉴스란 무엇인지, 진짜 저널리즘은 무엇인지 기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점에서 저널리즘 리터러시(journalism literacy) 교육은 언론을 둘러싼 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론된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국민이 ‘뉴스 이용은 시민으로서 중요한 행위’라고 응답한 만큼(언론진흥재단의 ‘뉴스 이용행태 변화와 뉴스 회피’ 보고서), 뉴스의 영향력 자체는 유효하다는 전제에서다. 신수연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존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가치와 보도 원칙에 대한 교육이 기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짜 언론과 단순 소식 매체를 구분할 수 있도록, 보도의 사실 확인 과정과 정보 출처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매체가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시민들의 감식안이 더 좋은 언론 생태계를 위해 꼭 필요한 시기다.